기억이 한 송이 씩 떨어져 쌓인다.
지난 해 여름, 뜨거웠지만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사진으로 다시 되살렸다
후쿠오카의 집에 도착하니 2층 오른쪽이 내 방, 왼쪽이 용욱이 방
용욱이 방에는 에어컨도 있고, 만화도 잔뜩이었다
하지만 내 방에는 베란다가 있어서 좋았다
그대로 방바닥에 누워서 한껏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을 잤다
몇 시간 후
할머니께서 부르셔서 1층으로 내려가니 빵이 준비돼 있었다
버터에 바른 빵을 어린 시절 아빠 때문에 실컷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렇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나는 손님이었다
최선을 다해 먹어야 했다
이게 웬일. 나는 그날 이후 버터 빵의 팬이 됐다
창밖은 여전히 쨍쨍
하지만 나는 여름이 좋았다
덥고 땀 흘리지만, 그 만큼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계절이니까
천만궁으로 향했다.
천만궁 앞 뜰 연못에서 예쁘게 물장난하는 아이들
개구리도 잡고, 물고기도 잡으며 노는 아이들
그 뒤로 편지 묶음이 보이는데
뽑기를 해서 나쁜 운세가 나오면 저렇게 매달아버린다고 한다
천만궁에는
학업의 신이 있어서 시험 치기 전 날이면
어김 없이 여러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붐빈다고.
용욱이네 일본인 사촌 동생도 이곳에서 빌고나서
대학에 붙을 수 있었다고 한다
구경을 다 하고 나왔더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쨍쨍했던 날씨가
어느새 비구름이 잔뜩 몰려와 비를 퍼붓고 있었다
더위를 싹 식혀주었다
그대로 차에 탑승하여 시내로 나갔다
배가 고프니까 뭔가를 먹어야지
일명 탄탄멘.
중국식 일본 요리라고 했다
맛이 매콤한데, 우리나라의 신라면이나 떡볶이 같은 혀를 자극하는 매콤함이 아니라
마늘향이나, 생강향 같이 코를 자극하는 매콤함이었다
지금도 주위에 탄탄멘을 하는 집이 있으면 달려가서 먹곤 한다
밥을 먹고 후쿠오카 타워를 보러 갔다
깔끔한 건물이 멋졌지만
빌딩이나 타워에는 큰 흥미가 없으므로 패스
바로 뒤에는 모모치 해변이 있었다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를 들어 올리는 순간을 찰칵.
예쁜 순간이었다. 내 꿈이기도 하고.
밤이 깊어졌고
한 사람의 은밀한 유혹에 이끌려
파칭코를 하러 갔다
난잡한 소리들, 시끄러움, 구슬 소리, 뿅뿅뿅...
간단한 조작법을 익힌 지 30분 만에
다량의 구슬을 획득할 수 있었다.
1개에 1엔. 즉, 1개에 10원이었다.
천엔을 투자해서, 4천 5백엔을 벌었다. 꽤 괜찮았던 수익.
너무 재밌었고 손맛이 좋았지만 도박은 언제나 물이 올랐을 때 손을 떼야 하는 법.
그대로 환전해서 고스란이 용돈으로 챙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동 야식을 하고,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뚫고 귀가했다
방에 들어오니 포근했다
이제 잠을 자면 된다
내일이면 또 다른 여행이 있을 것이고
오늘을 회상하며 자면 꿈조차 달콤할 것이다
그 때, 고생했다며
일본주와 초콜릿을 2층에 올려보내주신 할머니
친구와 나란히 마룻바닥에 걸터앉아 주거니 받거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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